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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 100세 마라토너 파우자 싱의 길

📑 목차

    런던의 차가운 새벽 공기가 뺨을 스쳤습니다. 수많은 젊은 선수들이 출발선에 서서 몸을 풀고 있을 때, 한 노인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하얀 터번 아래로 희끗한 수염이 바람에 흩날렸고, 주름진 얼굴에는 고요한 미소가 번져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파우자 싱(Fauja Singh)이었습니다.
    그의 나이, 100세!

    사람들은 놀라움과 존경이 뒤섞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누군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고, 또 다른 이는 조용히 손뼉을 쳤습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회색빛 하늘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낮게 속삭였습니다.
    “이건 단순한 달리기가 아닙니다. 삶을 다시 시작하는 길입니다.”

    그는 허리를 숙여 신발 끈을 고쳐 묶었습니다. 그 순간, 세상은 잠시 고요해졌습니다. 출발 신호가 울렸고, 노인은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그가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인생의 새로운 문장을 써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1. 잃어버린 시간 속에서 다시 일어서다

    파우자 싱의 이야기는 인도 펀자브 주의 작은 마을 베알라(Village Beas)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911년 4월 1일, 그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어린 시절의 그는 매우 약했습니다. 걷는 것도 느리고, 말을 하는 것도 느려서 사람들은 종종 그를 ‘게으른 아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어린 파우자 싱은 속으로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느린 것은 괜찮아. 중요한 것은 멈추지 않는 거야!'

    그는 젊은 시절부터 농사를 지으며 가족을 부양했습니다. 폭염 속에서도, 거센 비바람 속에서도 그는 묵묵히 밭을 일구었습니다. 그러나 세월은 잔혹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가 세상을 떠났고, 이어서 아들마저 사고로 잃었습니다.
    그는 며칠 동안 말을 잃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방 안에 머물렀습니다.
    “이 나이에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
    그는 그렇게 자신에게 수없이 물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켜진 텔레비전 화면 속에서 마라톤 결승선을 통과하며 눈물을 흘리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장면은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불씨를 지폈습니다.
    '나도 저렇게 다시 살아보고 싶다.'

    그때부터 그의 인생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2. 신발 끈을 다시 묶다 — 80세의 첫 걸음

    그는 낡은 운동화를 꺼내 신었습니다. 마을 길을 따라 몇 미터 걸었을 뿐인데 숨이 턱까지 차올랐습니다. 다리는 무겁고 숨은 거칠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에는 조금 더 걸었고, 그다음 날에는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80세가 되던 해, 사람들은 그를 이상하게 보았습니다. “저 나이에 달리기를 한다고?” 그러나 그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몸이 늙어도 마음은 달릴 수 있습니다.”

    그는 매일 새벽마다 일어나 길 위에 섰습니다. 땅거미가 질 때까지 달렸습니다.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그를 ‘미친 노인’이라 부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길가에 서서 손을 흔들고 응원의 말을 건넸습니다.

    그는 89세의 나이에 런던 마라톤에 첫 공식 참가를 하였습니다. 결승선을 통과하던 순간, 사람들의 환호가 울려 퍼졌습니다. 그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미소 지었습니다.
    “나는 다시 살아 있습니다.”
    그날 이후,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3. 세상에서 가장 느리지만 가장 위대한 달리기

    파우자 싱은 그 이후 매년 대회에 참가하였습니다. 90세가 되던 해에는 토론토 워터프런트 마라톤에서 5시간 40분의 기록으로 완주하였습니다. 92세, 93세, 94세에도 그는 꾸준히 달렸습니다.
    2004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마라토너’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2011년, 그가 100세가 되던 해에 다시 토론토 마라톤의 출발선에 섰습니다.
    당시 대회 관계자들은 “그의 나이는 증명할 수 없지만, 그의 의지는 누구보다 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8시간 25분 16초의 기록으로 완주하였습니다. 비록 세계 공식 기록으로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완주는 전 세계의 언론을 감동시켰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터번을 쓴 번개(The Turbaned Tornado)”라고 불렀습니다.

    그는 달릴 때마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 20마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6마일에서 나는 신과 대화합니다.
    그에게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기도였고, 삶에 대한 대답이었습니다.

     

    2011년 토론토마라톤에서 완주한 100세의 파우지싱 8시간 25분 16초!

     

    4. 달리기를 통해 세상을 바꾸다

    파우자 싱은 달리기를 통해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그는 많은 자선 단체를 위해 달렸습니다. 마라톤에서 얻은 상금은 전액 어린이 복지와 재난 구호에 기부하였습니다.
    그는 “진정한 승리는 남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나를 이기는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젊은이들이 그에게 달리기의 비결을 물었을 때, 그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습니다.
    “비결은 없습니다. 먹는 것에 욕심을 부리지 말고, 마음을 맑게 가지십시오. 나이는 숫자일 뿐입니다.”

    그의 평온한 태도와 꾸준함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는 나이 101세까지 여러 하프마라톤과 단거리 대회에 참가하였으며, 2013년 토론토에서 열린 10km 달리기를 끝으로 공식 은퇴를 선언하였습니다.

    “이제 나는 경주가 아닌,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달릴 것입니다.”
    그의 말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5. 마지막 길에서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은퇴 후에도 그는 건강하게 지냈습니다. 간단한 채식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며 매일 산책을 하였습니다. 그는 종종 강연을 다니며 젊은 세대에게 “움직이는 한 늙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2024년, 인도의 펀자브 주 잘란다르에서 그는 가족과 함께 평화롭게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향년 113세였습니다.

    그의 죽음 소식이 전해지자, 전 세계 언론이 그를 추모하였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단순한 마라토너가 아니라, 인간의 의지와 희망을 상징하는 존재로 기억했습니다.
    그의 관 위에는 그가 평생 사용하던 하얀 터번과 낡은 러닝화 한 켤레가 올려졌습니다.

    6. 인생의 결승선을 지나며

    그의 인생은 단 한 가지 사실을 증명하였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시작입니다.”
    그는 백 살이 넘어서도 웃었고, 달렸고, 사랑했습니다.

    파우자 싱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늘 믿었습니다. 인생의 결승선은 죽음이 아니라, 멈추는 마음입니다. 내가 다시 달릴 수 있었던 이유는 멈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의 삶은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서 멈추어 서 있습니까?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묶을 용기가 있습니까?”

    파우자 싱은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발자국은 여전히 길 위에 남아 있습니다.
    그 발자국은 말없이 속삭입니다.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