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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기억의 리스타트 — “나를 기록하는 시간”

📑 목차

    인생의 후반부는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마음속에 쌓인 이야기와 마주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누구에게나 잊고 싶은 순간이 있고, 반대로 오래 붙잡고 싶은 추억도 있습니다.
    시니어에게 ‘기억’은 단순한 지난날의 기록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다시 살게 하는 힘이 됩니다.
    오늘은 사진과 일기, 그리고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삶을 재조명하고 회상하는 시니어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오래된 사진으로 꺼낸 나의 이야기

     

    서울 외곽의 한 아파트. 68세 박영희 씨는 오래된 앨범을 꺼내 테이블 위에 펼쳤습니다.
    “이 사진은 결혼식 날, 저희 부모님께서 손을 꼭 잡고 계셨던 모습이에요.”
    손끝으로 사진을 쓰다듬으며, 영희 씨의 눈빛이 잠시 멈춥니다.
    사진 속 인물들은 단순한 흑백 이미지가 아니라, 그녀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인연과 기억이었습니다.

    그녀는 매일 하루에 한 장씩 사진을 보며, 그 순간의 감정을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날짜와 장소, 이름만 적었지만 점차 느낌과 생각까지 적어나갔습니다.
    “그때 나는 무척 설렜고, 한편으로는 긴장했어요. 그 모든 감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구나 싶더라고요.”
    사진과 함께 써 내려가는 글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마음속 상처를 다독이는 작은 치유가 되었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 사진을 볼 때는 눈물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우리 집 마당에서 뛰놀던 모습, 친구들과 숨바꼭질하던 시간…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행복했구나 싶어요.”
    그녀는 사진을 보며 느낀 감정을 상세히 적고, 그날의 향기, 소리, 날씨까지 기록했습니다.
    기록이 쌓이면서 그녀는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는 잊는 것이 아니라, 지금과 연결되는 다리라는 사실을.

     

    과거 사진
    부모님 결혼식 사진을 보여주고 있는 박영희씨

     

     

    회상치료(回想療法) — 기억을 통해 현재를 치유하다

     

    회상치료는 시니어들에게 이미 널리 활용되는 기법입니다.
    기억을 떠올리고 말하거나 글로 적음으로써, 심리적 안정과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방법입니다.

    전북의 한 요양센터에서는 매주 ‘기억의 시간’을 운영합니다.
    참여자들은 어린 시절, 결혼, 자녀의 성장, 직장 생활 등 각자의 삶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 눈물이 흐르기도 합니다.

    “옛날 우리 동네는 밤마다 다 같이 마당에 모여 놀았어요. 그때 그 냄새, 소리, 웃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한 어르신의 말에, 다른 참가자들도 자신의 경험을 이어갑니다.
    “나는 바닷가에서 자랐는데, 조개를 줍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그 바람과 파도 소리가 귀에 맴돌아요.”

    이 작은 모임은 단순한 ‘추억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마음을 연결하는 시간이 됩니다.
    참가자들은 회상 과정에서 웃음과 눈물을 나누며, 과거의 감정을 현재와 연결합니다.
    심리학 연구에서도 회상치료는 우울감 감소와 자존감 향상에 효과적이라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회상치료는 혼자서도 가능합니다.
    집에서 사진을 보고, 일기를 쓰거나, 목소리로 녹음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과거를 떠올리면서, 지금의 자신과 대화한다는 느낌을 갖는 것입니다.
    “그때 힘들었지만, 지금 나는 이렇게 살아 있어.”
    짧은 문장 하나가 마음을 안정시키고, 삶의 의미를 확인하게 합니다.

     

    자서전 쓰기 운동 — 기록으로 삶을 완성하다

     

    최근 몇 년 사이, 자서전 쓰기 운동은 시니어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의 한 문화센터에서는 매주 ‘나의 이야기 쓰기’ 강좌가 열립니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인생을 한 장씩 기록하며, 글을 쓰는 동안 과거와 현재를 연결합니다.

    67세 김성태 씨는 은퇴 후 처음으로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부끄럽고, 쓸 말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펜을 들고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더군요.”
    그는 젊은 시절 겪었던 실패와 좌절, 그리고 그 속에서 얻은 작은 성취들을 하나씩 기록했습니다.
    자서전을 쓰면서 그는 깨달았습니다.
    “나는 실패만 한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구나.”

    자서전 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재평가하는 과정입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느끼게 됩니다.
    참가자들은 서로 글을 나누며 공감하고, 격려하며, 미처 몰랐던 자신의 강점과 감정을 발견합니다.

    서울의 한 강좌에서는 70세 이상 참가자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읽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한 참가자는 말했습니다.
    “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이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힘이 나는 줄 몰랐어요.”
    이처럼 자서전 쓰기는 기억의 회복과 인간관계 회복을 동시에 가져오는 활동이 됩니다.

     

    일상 속 기록의 마법

    사진, 일기, 자서전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과거를 현재로 불러오는 마법이라는 점입니다.

    경기도 양평의 한 시골 마을, 70세 이정숙 씨는 매일 아침 일기를 씁니다.
    오늘 하루 있었던 작은 사건, 정원에서 핀 꽃, 마을 친구와 나눈 이야기까지 기록합니다.
    “처음에는 일기라 쓰면 그저 습관처럼 느껴졌는데, 나중에는 하루를 살아가는 이유가 되더라고요.”
    그녀의 일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자신과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가 됩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기록의 힘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SNS나 블로그, 유튜브를 통해 사진과 글을 공유하는 시니어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경험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삶의 회복과 활력으로 이어집니다.

     

    기억의 리스타트, 삶의 두 번째 봄

     

    시니어들에게 ‘기억을 기록한다’는 일은 단순히 과거를 떠올리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지금의 나를 이해하고, 앞으로의 삶을 설계하는 힘입니다.
    사진을 보고, 글을 쓰고, 이야기를 나누며 사람들은 조금씩 마음의 짐을 내려놓습니다.

    기억의 리스타트는 마치 봄에 피는 새싹과도 같습니다.
    한때 시들었던 마음도, 잊고 지냈던 감정도, 기록과 회상을 통해 다시 피어납니다.
    그 과정에서 시니어들은 깨닫습니다.
    ‘나는 여전히 살아 있고, 오늘도 기록할 가치가 있는 삶을 살고 있구나.’

    오늘 당신이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고, 일기장에 한 줄 적는 순간도
    이미 기억의 리스타트입니다.
    그리고 그 한 줄이 쌓일수록, 삶은 점점 풍성해지고, 마음은 단단해집니다.
    나를 기록하는 시간, 그것이 바로 인생 후반을 아름답게 만드는 열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