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리스타트 — “떠나는 용기, 돌아오는 성장”
떠남은 언제나 두렵다. 그러나 떠나야 비로소 ‘나’를 만난다.
은퇴 후의 삶, 많은 이들이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어디 가지 않고 조용히 살고 싶다.”
하지만 어떤 이는 정반대의 길을 택합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이제야 비로소 진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젊을 때의 여행이 ‘세상을 보기 위한 것’이었다면,
시니어의 여행은 ‘자신을 다시 보기 위한 것’입니다.
여행은 떠나는 순간부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당신은 지금, 어떤 인생을 살고 있나요?”
1. 60대 세계일주 —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에 사는 63세 김성호 씨(가명)는 은퇴 후 세계일주를 결심했습니다.
그는 30년 넘게 회사와 집을 오가며 ‘가장의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하지만 퇴직 후, 매일이 낯설고 불안했습니다.
“하루가 너무 길었어요.
일이 없으니 존재 이유가 사라진 기분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오래된 다이어리를 정리하다
젊은 시절 적어둔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언젠가 세계를 걸으며, 진짜 나를 만나고 싶다.”
그 문장은 마치 오래된 약속처럼 그를 흔들었습니다.
그날 이후, 그는 노트북을 켜고 세계지도 위에 붉은 선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출발해, 프라하·피렌체·리스본을 거쳐 남미의 부에노스아이레스까지.
“돈이 문제가 아니었어요. 두려움이 더 컸죠. 하지만 그 두려움이 바로 여행의 출발점이었어요.”
여행 1년 차, 그는 말했습니다.
“내가 세상을 본 게 아니라, 세상이 나를 비춰줬어요.”
사람과의 관계, 시간의 소중함,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2. 캠핑카 부부의 두 번째 신혼여행
부산의 김도현(68)·이순자(65) 부부는 결혼 40주년을 맞아 색다른 결심을 했습니다.
“이 나이에 뭘 새로 해?”라는 주위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캠핑카 여행’으로 두 번째 신혼여행을 떠났습니다.
은퇴 후 처음엔 텃밭을 가꾸며 평온한 일상을 즐겼지만,
언제부턴가 하루가 너무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김도현 씨가 조심스레 꺼낸 한마디가 계기가 되었습니다.
“여보, 우리 그냥 떠나볼까?”
순자 씨는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이 나이에?”
“바로 이 나이니까.”
그들은 중고 캠핑카를 직접 개조했습니다.
수납장을 새로 달고, 좁은 공간에 작은 주방과 침대를 넣었습니다.
작업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오히려 서로의 손발이 잘 맞는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예전엔 각자 자기 일만 했는데, 지금은 진짜 함께 뭘 만들어가요.”
그들에게 이 캠핑카는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두 사람의 새로운 집’이었습니다.
첫 여행지는 강릉의 바다였습니다.
새벽마다 커피를 내려 마시고, 조용한 모래사장을 산책했습니다.
말없이 걷는 시간 속에서 오히려 많은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젊을 땐 서로를 이해할 여유가 없었어요.
이제는 침묵도 편안하네요.”
비 오는 날엔 차 안에서 나란히 담요를 덮고 창밖을 바라보며
“이렇게 둘만의 세상도 괜찮네.” 하고 웃었습니다.
그 시간들이 쌓이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서서히 달라졌습니다.
서로의 차이를 껴안고, 지난 세월의 빈틈을 조용히 메워갔습니다.
다시 배우는 동행의 기술
여행을 계속하며 부부는 새로운 ‘관계의 기술’을 배웠습니다.
도로에서 길을 잃었을 땐 서로 탓하기보다 웃음으로 넘겼고,
캠핑장에서 만난 다른 시니어 부부들과의 대화 속에
“우리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습니다.
어느 날 강릉 바다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함께 바라보며
순자 씨는 남편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당신은 이제서야 나의 여행 동반자가 되었어요.”
그 순간 김도현 씨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고 합니다.
40년의 결혼생활 동안 미처 나누지 못했던 마음이
그 짧은 한 문장에 모두 담겨 있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유튜브 ‘캠핑카 인생 2막’을 통해 소개되었고,
많은 시니어들에게 새로운 용기를 주었습니다.
댓글에는 이런 응원의 말이 이어졌습니다.
“당신들의 모습이 우리 부부의 꿈이에요.”
“은퇴가 끝이 아니라, 진짜 시작이네요.”
인생 리스타트의 여정
이 부부에게 여행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의 재구성이었습니다.
매일이 계획된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자연의 시간 속에서 하루를 새롭게 맞이하는 일.
그 속에서 그들은 ‘함께 늙어간다’는 말의 진짜 의미를 배우고 있었습니다.
이순자 씨는 말합니다.
“예전엔 목적지만 보고 달렸는데,
이제는 그 길 자체가 선물 같아요.”
지금도 두 사람은 캠핑카 지도를 펴놓고
다음 목적지를 고민합니다.
“이번엔 남해로 갈까, 설악으로 갈까?”
그 질문은 단순한 계획이 아니라,
새로운 인생의 페이지를 여는 설렘입니다.

3. 제주로 떠난 70세의 홀로 여행자
대전에서 평생 교사로 일했던 70세 정미경 씨는
남편과 사별한 뒤 오랫동안 외출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혼자서도 떠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적지는 제주. 단, 숙소도 일정도 없는 자유여행이었습니다.
“비행기표를 예매하는 손이 그렇게 떨릴 줄 몰랐어요.”
하지만 공항에 도착해 창밖에 펼쳐진 하늘을 보는 순간,
그녀는 마음속에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그래, 아직 늦지 않았어.”
제주에서의 일상은 단순했지만, 행복했습니다.
오전엔 한적한 올레길을 걷고, 오후엔 작은 카페에 앉아 책을 읽으며
저녁엔 낯선 여행자와 인사를 나눴습니다.
“혼자 떠난 여행이었지만, 결코 외롭지 않았어요.
세상이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거든요.”
그녀는 여행 후, ‘혼자서도 괜찮은 삶’에 대한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고,
현재 지역 도서관에서 <인생의 두 번째 여행>이라는 강연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4. 여행은 또 다른 스승이다
여행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가르칩니다.
‘비움’과 ‘채움’.
비우지 않으면 새로 채울 수 없습니다.
익숙한 공간, 안전한 관계, 반복된 일상 속에서는
새로운 자신을 만날 기회가 없습니다.
떠남은 불안하지만, 그 불안 속에서만 성장이 일어납니다.
노년의 여행은 젊음의 여행과 다릅니다.
이제는 ‘몇 곳을 갔느냐’보다
‘무엇을 느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인생은 결국, 자신을 알아가는 여행이다.”
바로 그 깨달음을 얻는 순간,
우리는 이미 여행의 목적지에 도착한 것입니다.
5. 도전하는 시니어들의 공통점
요즘 유튜브나 TV 프로그램에는
60~70대 시니어 여행자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자전거로 국토를 종주하거나, 해외 배낭여행을 떠나거나,
심지어 오지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입니다.
‘두려움을 넘은 사람들’ 이라는 것.
그들은 자신을 불편한 곳에 던져 넣음으로써,
‘살아있음’을 다시 느낍니다.
“이 나이에 뭘 해?”라는 말보다
“이 나이니까 해보자.”는 말이 훨씬 강력합니다.
6. 여행이 주는 선물 — 마음의 젊음
여행을 다녀온 시니어들의 얼굴에는
공통된 표정이 있습니다.
주름은 그대로인데, 눈빛이 반짝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기쁨이 아니라, 회복의 빛입니다.
여행은 우리를 ‘지금 이 순간’으로 데려다줍니다.
과거의 후회도, 미래의 불안도 잠시 잊고
눈앞의 햇살과 바람에 집중하게 합니다.
그 순간, 인생은 다시 시작됩니다.
인생 후반의 여행은, 결국 ‘나로 돌아오는 길’
인생의 전반부가 ‘세상으로 향한 여정’이었다면,
후반부의 여행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여정’입니다.
떠나는 용기, 돌아오는 성장.
그 사이에 진짜 인생의 의미가 있습니다.
혹시 당신도 오랫동안 미뤄둔 여행이 있나요?
그렇다면 지금, 지도 위에 손가락을 올려보세요.
그리고 한 문장을 적어보세요.
“지금부터, 나의 리스타트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