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도전기(인물)

“55세 이후 데뷔한 시니어 뮤지션, 그레이엄 맥그리거‑스미스의 인생 2막”

nagila 2025. 11. 2. 05:00

프롤로그 

평생 음악을 꿈꾸었지만 현실에 묻혀 살아온 시니어 뮤지션, 그레이엄 맥그리거‑스미스.
61세에 첫 앨범을 발표하고 무대에 선 그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늦었다는 건 없다.”
지금부터, 그의 감동적인 인생 2막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55세 넘어서 데뷔한 뮤지션 — 그레이엄 맥그리거‑스미스의 노래 인생

“꿈을 접은 청춘”

영국 워체스터셔 시골마을 출신의 그레이엄은 어릴 적부터 음악이 ‘내 삶의 일부’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회계사 자격을 갖추며 꾸준히 직장 생활을 이어갔습니다.

자신의 마음 한켠엔 늘 기타 혹은 피아노가 있었지만, ‘음악가’라는 정체성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는 50대 초반까지도 그렇게 평범한 회사원, 가족을 책임지는 남성이었습니다.

하지만 평범함 속에 그가 쌓아온 삶의 경험이 ‘언젠가’ 음악을 향한 작은 불씨가 되리라는 건,

아직 그 자신도 알지 못했습니다

“60세, 첫 앨범”

2024년 3월 12일, 그레이엄은 드디어 자신의 데뷔 앨범 Road to Anywhere를 발표했습니다.

나이 61세라는 숫자가 입구에 놓인 자물쇠처럼 보였지만, 그는 그 자물쇠를 스스로 열었습니다. 
앨범에 담긴 음악은 스윙 재즈, 보사노바, 70년대 미국 컨트리록 스타일까지 넓게 아우르며,

그가 살아온 인생의 궤적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습니다.  
청춘을 음악에 바치지 않고 ‘안정’을 택했던 삶이, 오히려 지금 그에게 ‘경험이라는 원료’를 주었고,

음반 속 노랫말은 그 원료로 빚은 진심이 되었습니다.

 

“늦었다는 두려움과 마주한 시간들”

음악 경력이 단번에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모든 시작에는 흔들림이 있고, 특히 인생의 절반을 넘긴 시점에서의 도전이라면 그 흔들림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는 2019년, 어느 평범한 봄날 자전거를 타고 마을 근처를 돌던 중 오랜 이웃이었던 작곡가 겟(가명)을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음악을 좋아하던 그는 잠시 인사를 나누다 자연스레 음악 이야기를 꺼냈고,

그 짧은 대화가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시작이 되었습니다.

“오랜만이네요. 요즘도 음악 하세요?”
겟의 질문에 그는 쑥스럽게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예전엔 기타를 좀 쳤지만… 요즘은 그냥 듣는 정도죠.”

그 대답을 들은 겟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럼 다시 쳐봐요. 늦었다는 건 없어요.”

그 말은 짧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속 깊은 곳에 파문처럼 번졌습니다. 그렇게 그는 조심스럽게 오래된 기타를

꺼내들었습니다. 손끝은 녹슬어 있었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 오래된 열정이 되살아나고 있었습니다.

그 후 그는 겟의 조언으로 간단한 작곡 프로그램을 설치했고, 처음으로 자신만의 멜로디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악보를 보는 것도, 리듬을 맞추는 것도 버거웠지만, 그는 매일 조금씩 시간을 냈습니다.

그러던 중 세상은 팬데믹을 맞이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멈춰선 그 시기에,

그는 오히려 자기 안의 시간을 마주했습니다.
“이대로 나이를 먹는 게 맞을까?”
“한 번쯤은 진짜로 내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보고 싶다.”

그는 온라인으로 열린 송라이터 아카데미에 등록했습니다. 처음엔 두려움이 컸습니다.

참가자 대부분이 20~30대였고, 그는 60대에 가까운 나이였습니다. 하지만 컴퓨터 화면 너머에서 만난 젊은 강사들의 열정과 동료들의 음악은 그를 자극했습니다.

그는 기초 이론부터 다시 배웠습니다. 코드 진행, 멜로디 구성, 가사의 리듬감. 하나하나가 낯설었고,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악보를 그리다 실수하면 지우고 다시, 또 다시. 어떤 날은 새벽까지 앉아 기타 줄을 튕기며,

자신이 만든 멜로디를 녹음해 들었습니다.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노래는 저절로 나오는 게 아니라 다듬어지는 것이다.”
이 말은 그에게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 되었습니다.

그의 인생도 그렇지 않았던가요?
젊은 시절의 꿈이 좌절되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잠시 멈췄던 시간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경험이 지금의 그를 만들어주었듯, 노래도 천천히, 조금씩 완성되어 갔습니다.

물론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늦은 시작이라는 부담감, ‘음악은 젊은 사람들의 영역’이라는 사회의 인식, 그리고 자신 안에서 피어나는 불안.
그는 수없이 되물었습니다.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까?”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어줄까?”

그럴 때마다 그는 다시 기타를 들었습니다. 손끝의 굳은살은 과거의 시간과 새롭게 시작한 현재를 잇는 다리처럼

느껴졌습니다.

그에게 음악은 단지 취미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늦음’과 ‘두려움’을 이겨내는 하나의 언어, 그리고 삶의 회복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속삭였습니다.
“늦게 피는 꽃도 결국 피어난다. 중요한 건, 시기를 탓하지 않는 용기다.”

그 깨달음은 그가 다시 노래를 쓰게 한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시니어 가수 그레이엄 맥그리거
그레이엄 맥그리거‑스미스 영국 실내 공연장에서 노래하다

무대 위에서 피어난 새 삶 — “청중 앞에서 마주한 나 자신”

그레이엄은 2024년 3월 런던 소호의 재즈클럽에서 앨범 발매 공연을 치렀습니다.
무대에 선 그는 정장 재킷과 페도라 차림으로, 마치 오랫동안 준비해온 배우처럼 노래했습니다.

관객들은 “늦었다”고 생각했던 그의 나이를 무대 아래서 잊고, 그의 진심에 귀 기울였습니다.
그의 음악은 단순한 ‘데뷔’가 아니라 삶의 연대기였고, 그 무대는 그가 다시 주인공으로 돌아온 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말했습니다.

“50대, 60대, 70대인 동료들이 제 노래를 듣고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고 느끼면 좋겠다.”
이 무대 이후, 그의 이름은 ‘시니어 뮤지션’이란 범주 안에서 새로운 본보기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나이보다 중요했던 것은 경험과 용기”

그레이엄의 여정을 보며 우리는 깨닫습니다.

 

나이는 시작 불가능의 증명서가 아니다.

삶에서 쌓인 경험이, 미뤄둔 꿈이, 지금 꺼낼 수 있는 창작의 원료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시작해도 괜찮다. 어쩌면 젊었을 때보다 더 준비된 상태일 수도 있다.” 
그의 앨범은 완벽함을 겨냥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시작’을 택했고, 그 선택이 곧 반전이 되었습니다.

또한 그는 공동체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자신이 늦은 나이에 음악을 하기 시작했지만, 작곡가, 프로듀서, 세션 연주자 등 많은 사람들과의 연결이 그를 이끌었습니다.
“혼자서 부른 노래는 작지만, 함께 만들어낸 노래는 울림이 커진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인생은 앙코르가 가능하다. 나이가 숫자일 뿐이라면, 그 숫자는 배경음악일 뿐이다.”

“지금, 당신의 무대가 시작된다”

먼저 따뜻히 말하고 싶습니다. 당신이 50대든 60대든, 혹은 70대든, 지금 품고 있는 꿈은 아직 살아있습니다.

그 꿈이 막연했다면, 그레이엄처럼 작은 한 걸음을 딛어보세요.
당신이 살아온 날들이 당신의 강점입니다. 그것들이 당신만의 노래가 되고, 당신만의 무대가 됩니다.

완벽함을 기다리느라 기회를 흘려보내지는 마세요. 시작이야말로 반전의 지점입니다.
그리고 기억하세요: 당신이 혼자였다면 두려움이 컸겠지만, 친구와 동료, 커뮤니티와 함께라면

그 두려움은 노래가 됩니다.
지금이 당신의 무대입니다. 마이크를 들든, 펜을 들든, 카메라 앞에 서든, 그냥 마음속으로 노래하든,

당신의 인생 2막은 이미 막을 올렸습니다.
그레이엄의 이야기가 증명하듯, 나이는 숫자일 뿐입니다.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당신의 무대를 결정합니다.

 

                        “지금 당신이 느낀 작은 설렘이 언젠가 무대가 된다.”
                            그 말을 믿으세요. 그리고 한 걸음 내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