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나이 들어도, 나는 여전히 나예요.”
그 말 한마디가 이 시대 모든 시니어의 마음을 다시 흔들었다.
프롤로그
몇 해 전, 60대 중반의 한 여성이 카메라 앞에 섰다.
짙은 회색 머리를 단정히 넘기고, 부드럽지만 탄력 있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나이 들었다고 해서 멋을 포기할 이유는 없잖아요.”
그녀는 바로 장명숙—유튜브 채널 ‘밀라논나(Milanonna)’의 주인공이다.
전 패션 디자이너였던 그녀는, 오랜 업계 경력을 뒤로 하고 카메라 앞에 섰다.
화려했던 무대와 쇼룸을 떠나, 스마트폰 한 대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여정은 생각보다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가 되었다.
오늘은 그 여정의 시작부터, 여럿이 다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연결의 순간까지 담아본다.

1. 패션 디자이너에서 ‘논나(Nonna)’로
1958년생 장명숙 씨는 밀라노에서 공부하며 패션계에 입문했다.
그 시절 그녀는 “멋있어지겠다”는 일념 하나로 바늘을 잡았고,
뒤이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의 무대 의상까지 제작했다.
그리고 돌아와선 한국 패션 업계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그녀는 생각했다.
“나는 왜 나이를 핑계로 멋짐을 미뤘을까?”
그 고민은 곧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졌다. 2019년, 그녀는 유튜브 채널 ‘밀라논나’를 조용히 개설했다.
처음엔 단순히 옷장 안의 옷을 정리하며 영상 하나를 올렸다.
“이 옷들은 나와 함께 살아온 이야기예요.”
그녀는 말없이 손끝으로 옷걸이를 훑었다.
이후 그녀는 콘텐츠 주제를 다양하게 펼쳤다.
예컨대 ‘옷장 정리법’, ‘나만의 스타일 찾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 같은 영상들이었다.
하나의 영상에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옷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이에요.”
그 말에 공감한 사람들은 댓글에 적었다.
“논나님, 저도 다시 화장대 앞에 앉았어요.”
“엄마에게 보여드렸더니 울었어요. 자신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채널이 커져갈수록, 장명숙 씨는 열띤 구독자층—10대부터 70대까지—을 대상으로
자신을 ‘아미치(amicī: 친구들)’라고 불렀다.
그녀가 ‘아미치’들에게 전한 것은 스타일 팁 이상이었다.
“비움의 철학이 중요하다.”
“나는 ‘시간 관리자’다.”
그녀의 인터뷰 속 이 문장은 곱씹을수록 의미가 깊다.
바쁜 인생을 살아온 그녀는 알고 있었다.
가장 귀한 자산은 ‘남은 시간’이 아니라,
“내 삶을 내가 주인으로 사는 태도”라는 것을.
2. 또 한 명의 전설, ‘할머니 유튜버’ 박막례
(정치적 성향에 대한 의견을 전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조금 앞서 유튜브로 인생을 리스타트한 이가 있었다.
1947년생, 70대를 넘긴 그녀는 손녀의 제안으로 채널을 열었다.
채널명은 ‘Korea Grandma’.
식당 주인이던 그녀는, 식당 문을 닫은 뒤
“내 인생은 이제부터야”라며 카메라 앞에 섰다.
그녀의 콘텐츠는 유쾌하고 직접적이었다.
“내가 할 수 있다면, 너도 할 수 있어.”
영상 속에서 그녀는 파스타를 첫입에 넣고는 이렇게 말했다.
“왜 남한테 장단을 맞추려고 하나.
하고 싶은 대로 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여.”
그 자유로운 고백은, 웃음과 함께 무언가를 흔들었다.
유튜브 이후 변화도 놀라웠다.
책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는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구글 본사와 유튜브 CEO 면담까지 이어졌다.
치매 위험 진단 이후 손녀와 떠난 호주 여행이 영상으로 기록되며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우리 편들(팬들) 덕분에 다른 세상 살고 있다.”
이제 그녀는 단순히 유튜버가 아니라,
세대 간 공감과 문화를 잇는 리더 역할이 되었다.
20대 청년이 “할머니, 너무 멋져요!”라고 댓글을 달고,
70대 친구가 “우리도 해볼까?”라고 반응한다.
그 순간 그녀는 “세대가 다른 친구”가 아닌
“같은 꿈을 꾸는 친구”가 된 것이다.
3. 시골의 일상, 그리고 ‘윤할매TV’
서울이나 대도시가 아니어도, 리스타트는 가능했습니다.
채널 ‘윤할매TV’를 운영하는 이정희 씨는 새벽 햇살이 비치는 시골 마당에서 카메라를 켰습니다.
그녀의 하루는 그렇게 고요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시작됐습니다.
논두렁 사이로 들려오는 새소리, 감자꽃에 내려앉은 이슬, 그리고 부엌 창가를 스치는 바람.
“오늘도 잘 살아보입시더.”
그녀의 첫인사는 언제나 이 말이었습니다.
고추를 따고, 상추를 씻고, 요가매트를 펼치며 하나씩 몸을 풀었습니다.
“허리가 좀 굽어도 괜찮아요. 살아 있는 게 감사하니까요.”
말끝에 스스로 웃으며 카메라를 바라봤습니다.
그 웃음 속엔 도시에서 살 때 느끼지 못했던 평온이 담겨 있었습니다.
여름이었습니다.
초록이 짙어진 마당, 어제 땀방울이 말라간 자리엔 오늘 또 다른 잎이 자랐습니다.
그녀는 말을 잃었던 이웃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언니, 차 한잔 하입시더. 요즘 좀 힘들죠?”
오래된 찻잔 두 개, 따뜻한 국화차 향이 번지며 둘은 한참을 말없이 웃었습니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댓글을 남겼습니다.
“보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네요.”
“저도 혼자 사는데, 오늘따라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디지털 세상 속에서도 그녀는 아날로그처럼 살았습니다.
화려한 편집도, 자극적인 제목도 없었습니다.
그저 소박한 밥상, 장독대, 들꽃, 그리고 사람 냄새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평범함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나도 반려식물 키워볼래요.”
“서울에서 힘들었는데 위로가 됐어요.”
댓글 하나하나가 마치 시골 마당의 나뭇잎처럼, 천천히 서로를 감쌌습니다.
카메라를 끄기 전, 윤할매는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도 잘 살아줘서 고마워요. 내일 봅시다.”
그리고 화면은 붉게 저무는 노을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녀의 하루는 그렇게, 아주 조용히 그러나 찬란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4. 마음의 리스타트는, 손끝에서 시작된다
이제 우리는 세 사람을 본다.
장명숙, 박막례, 이정희.
세상은 다르지만, 한 가지 같았다.
다시 마음을 연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카메라는 젊은 세대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잊혀졌던 자신을 다시 만나는 거울이었고,
잊혔던 목소리를 꺼내는 마이크였다.
옷장을 열고 말했고,
카메라를 켜고 말했으며,
시골 마당에서 작은 인사를 건넸다.
“다시 시작해도 돼.”
그 말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건 마음의 용기였다.
“손끝이 떨리면 어때요.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거예요.”
– 장명숙
“내가 할 수 있다면, 너도 할 수 있어.”
– 박막례
“오늘 하루 잘 살았어요. 그걸로 충분해요.”
– 이정희
에필로그
당신이 만약 지금이라도 카메라 앞에 서고 싶다면,
그건 늦은 것이 아니다.
당신이 만약 지금이라도 다시 손끝을 움직이고 싶다면,
그건 멈춤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눈을 감고, 손끝을 들어,
“안녕하세요”라고 말해보세요.
세상은 당신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대신,
당신이 세상에 말을 걸기를 기다릴 뿐이다.
“인생은 지금부터야, 다시 피어날 수 있어.”
그 말이 이 시대 모든 시니어에게 보내는 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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