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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가 진짜 내 인생이다 ― 인생 2막을 여는 세 권의 책 이야기

📑 목차

    ㅡ진짜 인생을 열기 위한 세 권의 책 이야기에 들어가며

    바람이 차가워 지는 요즘입니다.

    해가 조금씩 길어지고 공기가 부드러워질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제부터가 진짜 내 인생일지도 몰라.”
    누구에게나 인생에는 전환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젊음이 저 멀리 물러나고, 일과 명함이 사라지고,

    관계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시점. 사람들은 그것을 ‘은퇴’라고 부르지만, 실은 또 하나의 ‘출발점’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막상 그 문 앞에 서면, 마음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매일 아침의 출근길 대신 고요한 거실이 기다리고, 누구에게도 필요 없는 하루가 이어질 때,

    사람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
    그 물음은 단순히 노년의 문제가 아니라,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의 숙제입니다.

    왜냐하면 인생의 절반쯤에 서면, 누구나 한 번쯤은 멈춰 서서 자신의 방향을 다시 묻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그런 물음 앞에 선 이들을 위한 작은 안내서입니다.
    《남자의 후반생》,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한국의 탄생》

    — 세 권의 책은 서로 다른 언어로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삶의 속도를 늦추는 법, 마음의 그림자를 받아들이는 법, 그리고 역사의 흐름 속에서 다시 자신을 세우는 법.
    이 책들은 우리에게 “다시 살아가는 법”을 조용히 일깨워 줍니다.

    누군가는 인생의 후반부를 ‘내리막길’이라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것은 오히려 ‘다시 오르는 길’입니다.
    잃어버린 꿈을 다시 꺼내고, 놓쳤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아직 배우지 못한 세상을 배우는 시간.
    그 길 위에서 비로소 우리는 진짜 나 자신과 마주합니다.
    그래서 말하고 싶습니다.
    지금부터가 진짜 내 인생이다.
    그 시작을 열어주는 세 권의 책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남자의 후반생》 — 가토 다이조 (2024, 동양북스)

     

    겨울이 끝나갈 무렵, 도쿄의 전철역 안.
    은퇴한 지 두 달째 되는 사토는 종이컵 커피를 손에 쥐고 사람들의 발소리를 바라봅니다.
    매일 아침 출근길이던 이곳은 이제 그에게 세상과 단절된 풍경처럼 느껴집니다.
    그는 출근하는 사람들의 등을 보며 문득 속으로 말합니다.
    “저 안에 있던 내가, 이제는 밖에 있구나.”

    이 책은 그렇게 시작합니다.
    가토 다이조는 일본 사회에서 ‘퇴직 남성의 공허함’을 세밀하게 포착합니다.
    한 남자의 ‘후반생’은 단순히 직장을 떠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나 없이도 세상은 잘 돌아간다’는 깨달음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다시 찾는 여정입니다.

    사토는 처음엔 아침마다 허무함에 빠집니다.
    냉장고 문을 여는 일조차 귀찮았고, 텔레비전 소리만이 집안을 채웠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아내의 짧은 한마디가 그를 흔듭니다.
    “당신, 예전엔 참 재미있는 사람이었는데요.”
    그 말이 마음을 파고듭니다.
    그는 그날 밤 오랜만에 먼지 쌓인 카메라를 꺼냅니다.

    사진은 그에게 다시 ‘나’를 들여다보는 창이 됩니다.
    거리의 고양이, 낡은 신발, 비 오는 유리창 —
    그의 렌즈가 비춘 건 세상의 잔잔한 숨결이었습니다.
    그는 일기장에 적습니다.
    “후반생은 남은 생이 아니라, 새로 배운 생이다.”

    책은 사토뿐 아니라 수많은 중년 남성들의 이야기를 엮습니다.
    퇴직 후 요리를 배우며 삶의 즐거움을 되찾은 사람,
    아내와의 대화가 어색해져 ‘편지’를 통해 마음을 주고받는 부부,
    손주와 게임을 하며 다시 웃음을 찾은 할아버지까지.

    가토 다이조는 말합니다.
    “후반생은 젊음의 반대말이 아닙니다.
    그건, 시간과 화해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책을 덮는 순간, 마음 한켠이 따뜻해집니다.
    이제 나이듦이 두렵지 않습니다.
    그저 천천히, 나답게 살아가면 되는 일입니다.

     

     

    죽고 싶지만 떡뽁이는 먹고 싶어 (교보문고)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백세희 (2018, 흔)

     

    “매일 괜찮은 척을 하지만, 사실은 조금도 괜찮지 않습니다.”
    이 문장은 이 책의 모든 장을 관통하는 고백입니다.

    저자는 오랜 기간 불안장애와 우울증을 겪었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어딘가 잘못된 사람’이라 여겼고,
    그 감정의 이름조차 몰라서 괴로워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그는 정신과 의사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그것이 이 책의 시작입니다.

    진료실에서 그는 묻습니다.
    “선생님, 저는 왜 이렇게 사소한 말에도 상처를 받을까요?”
    의사는 잠시 침묵하다 이렇게 답합니다.
    “당신은 세상을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입니다.
    그건 약점이 아니라, 감각의 다른 모양입니다.”

    그 대화들은 짧지만 깊습니다.
    책 속의 문장 하나하나는 누군가의 속마음처럼 들립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두렵습니다.”
    “어쩌면, 나는 내 감정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어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자는 끝내 무너지지 않습니다.
    그는 ‘떡볶이’를 먹으러 나가며 말합니다.
    “죽고 싶지만, 그래도 오늘은 매운 게 땡기네요.”
    그건 단순한 식욕이 아니라 삶으로 복귀하는 작은 의지입니다.

    책은 어느새 수많은 독자들의 위로가 되었습니다.
    나이, 직업, 성별을 넘어 ‘살고 싶은 이유’를 찾아 헤매던 모두의 마음이 이 한 문장에 멈췄습니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도, 살아 있을 수 있습니다.”

    시니어에게 이 책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삶이 길어질수록, 사람은 더 자주 외로워집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화려한 희망이 아니라,
    그저 ‘떡볶이를 먹고 싶다’는 작고 솔직한 마음 하나입니다.
    그 마음이 바로 살아 있음의 증거입니다.

     

    《한국의 탄생》 — 심용환 (2023, 푸른숲)

     

    이 책은 거대한 역사책처럼 보이지만, 읽다 보면 하나의 서사시처럼 느껴집니다.
    저자는 ‘국가의 이야기’를 ‘사람의 이야기’로 바꿉니다.
    그 속에서 우리는 잊고 있던 질문과 마주합니다.
    “우리는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이야기는 1945년 광복의 순간에서 출발합니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태극기를 흔들던 그날의 서울 거리.
    누군가는 자유를 노래했지만, 또 누군가는 불안에 떨었습니다.
    기쁨과 두려움이 동시에 밀려오던 그 복잡한 감정이, 한 나라의 첫 숨결이었습니다.

    이후 책은 산업화, 민주화, IMF, 그리고 지금의 세대 갈등까지를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으로 엮어냅니다.
    공장에서 밤을 새우던 소녀들의 손,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한 젊은이들의 이름,
    그리고 오늘도 버스 안에서 꾸벅 꾸벅 졸고 있는 직장인의 얼굴까지.
    그들은 모두 이 나라를 만든 ‘보이지 않는 영웅’들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한국의 역사는 위대한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입니다.”
    그 문장이 묵직하게 남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그대로 와닿기 때문입니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역사는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그 말은 곧 인생의 문장과도 같습니다.
    우리의 후반생 역시, 어제의 실패가 아니라
    오늘 다시 일어서는 선택으로 완성되는 것입니다.

     

     

    🌿 세 권이 건네는 세 가지 시간의 얼굴

    《남자의 후반생》이 삶의 속도를 늦추는 법을 가르쳐 준다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마음의 그림자를 껴안는 법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한국의 탄생》은 우리가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이 세 권은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지만, 결국 같은 목적지로 향합니다.
    그곳은 다시 살아가는 용기가 피어나는 자리입니다.
    늦은 나이에도 배움을 멈추지 않고,
    상처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과거를 품은 채 내일로 걸어가는 사람들의 자리입니다.

    읽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한마디가, 세 권의 모든 문장을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