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은퇴 후 시작된 새로운 출근길, 그 끝은 캄보디아였다”
🌿 프롤로그 — 쉼이 아닌, 또 하나의 출근
사람들은 말합니다. “이제 그만 일하세요, 편히 쉬세요.”
하지만 Susan Wilson은 그 말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내가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는데 왜 쉬어야 하죠?”
67세의 호주 여성, Susan Wilson.
40년 가까이 공공보건 행정 분야에서 일해온 그녀는 은퇴 통보를 받은 날, 삶이 고요하게 멈춘 것만 같았습니다.
매일 아침 7시에 울리던 알람은 멈췄고, 복잡하던 출근길의 신호등은 더 이상 그녀를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그 적막 속에서 그녀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이제 나는 누구일까?”
그 답을 찾기 위해, 그녀는 고향 퀸즐랜드를 떠나 캄보디아의 작은 시골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 여정은 은퇴가 아니라, ‘또 하나의 출근길’이었습니다.
🌿 은퇴, 그리고 공허함 속의 결심
공무원으로서의 마지막 근무일.
동료들은 축하의 꽃다발을 건넸고, Susan은 미소로 답했지만 마음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정해진 일과 없이 맞이한 첫날, 그녀는 하루 종일 거실 소파에 앉아 창밖만 바라봤습니다.
“내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세상은 계속 움직이는데 나만 멈춘 것 같았죠.”
그때 신문 한 구석의 작은 기사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호주 해외봉사단 — 개발도상국 보건행정 지원자 모집’
그날 밤, 그녀는 지원서를 작성했습니다.
주변의 만류는 많았습니다.
“이제 몸도 약해지는데, 위험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그녀는 말했습니다.
“내 기술이 아직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건 나의 또 다른 일자리야.”
그렇게 67세의 새로운 출근길이 시작되었습니다.
🌿 첫 파견지 — 캄보디아, 작은 병원의 변화
첫 파견지는 캄보디아 바탐방(Battambang) 지방의 한 보건소.
하루 진료 환자 수는 100명이 넘었지만 기록은 여전히 수기로 적히고 있었습니다.
진료 카드가 없어 환자의 병력 추적이 어렵고, 행정 체계는 무질서했습니다.
그녀는 현지 직원들과 함께 의료 기록 체계를 전산화하고, 환자 데이터베이스를 새롭게 구축했습니다.
매일 노트북을 켜고 영어와 크메르어를 오가며 문서를 번역하고, 양식표를 하나씩 표준화했습니다.
“처음엔 다들 컴퓨터를 무서워했어요. 하지만 ‘누르면 망가지지 않는다’는 걸 배우자마자 눈빛이 달라졌죠.”
현지 직원들은 그녀를 ‘할머니 선생님(Grandma Susan)’이라 불렀고, 아이들은 지나가며 손을 흔들었습니다.
그녀는 봉사활동 중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여긴 모든 게 다르지만, 사람들이 웃을 때의 얼굴은 어디서나 같아요.”

Susan Wilson(67세)이 캄보디아 바탐방 지역의 보건소에서 일할 때
🌿 언어의 벽과 건강의 한계
하지만 낯선 땅의 삶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더운 날씨, 익숙하지 않은 음식, 끊이지 않는 모기와 정전.
그녀는 종종 열사병과 탈수로 쓰러졌습니다.
“처음엔 말이 통하지 않으니 미소로만 인사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한 직원이 제 손을 잡고 ‘아쿤(고마워요)’이라고 했죠.
그 한마디가 모든 걸 바꿨습니다.”
그녀는 현지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매일 밤 일기를 크메르어와 영어로 함께 써내려갔습니다.
또, 현지 직원들에게 영어 회화 수업을 열어 ‘쌍방향 봉사’라는 새로운 형태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봉사 7개월째, 과로와 더위로 인해 병원에 입원하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돌아가야 하나 고민했어요. 하지만 제가 중단하면, 함께 일하던 사람들이 실망할 것 같았죠.”
그녀는 회복 후 다시 현장으로 돌아갔고, 그 모습을 본 간호사들이 울었습니다.
“스승님처럼 살고 싶어요.”
그 말은 그녀의 남은 봉사 기간을 버티게 한 힘이었습니다.
🌿 피지로 이어진 여정
1년간의 캄보디아 봉사를 마친 뒤, 수전 윌슨(Susan Wilson)은 또 다른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녀의 여정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이번 목적지는 푸른 바다와 산호초로 둘러싸인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Fiji).
겉보기에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관광지였지만, 그 이면에는 의료와 행정 시스템의 취약함이라는 현실이
숨어 있었습니다.
그녀가 맡은 역할은 단순한 지원이 아니었습니다. 피지의 지방 병원 행정 체계를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자연재해에 대비한 의료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
그동안 캄보디아에서 쌓은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피지의 환경은 전혀 달랐습니다.
“피지에서는 태풍과 홍수 같은 자연재해로 의료 체계가 자주 마비되곤 했어요.
도로가 끊기면 의약품 수송이 지연되고, 환자 기록이 유실되는 일이 반복됐죠.”
그녀는 현지인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지역 사회의 문제를 하나씩 파악했습니다.
전기 공급이 불안정하다는 점, 종이로 된 진료 기록이 쉽게 손상된다는 점, 그리고 데이터 관리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녀는 ‘지역 자립형 의료 기록 관리’라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했습니다.
중앙 행정에 의존하지 않고, 각 마을의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환자 데이터를 입력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녀는 청년 자원봉사자 20여 명을 모아 일주일간 집중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데이터 입력 방법, 환자 보호의 기본 원칙, 재난 시 백업 절차 등 모든 과정을 현지 언어로 번역해가며 하나하나 가르쳤습니다.
“지역사회가 스스로 의료 체계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믿었어요.”
그녀의 말에는 단순한 봉사 이상의 사명감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후 그녀는 지역 보건소와 협력해 방재 훈련 프로그램을 만들었습니다.
가상의 태풍 상황을 설정하고, 전력 차단 시 의료 정보가 어떻게 보호되어야 하는지를 시뮬레이션했습니다.
청년들은 팀을 이뤄 환자 대피 경로를 점검하고, 응급약품을 분류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식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이건 외부 사람들이 해주는 일이 아니라, 우리 마을이 직접 지켜야 하는 일이다.”
그 인식의 변화가 바로 그녀가 꿈꾸던 진짜 성과였습니다.
그녀의 프로젝트는 곧 피지 현지 언론에 소개되었고,
호주 외교부의 공식 웹사이트에도 ‘지속 가능한 지역 의료 모델 사례’로 실렸습니다.
인터뷰 요청이 이어졌지만, 그녀는 조용히 말했습니다.
“이건 제 이름이 알려지기 위한 일이 아니에요. 현지 청년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일이 되길 바랄 뿐이죠.”
피지에서의 시간은 그녀에게 또 한 번의 배움이었습니다.
봉사는 누군가를 돕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을 변화시키는 과정이라는 것을 그녀는 깨달았습니다.
그녀의 여정은 그곳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경험은 이후 그녀가 국제개발 전문가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고,
그녀의 이름은 조용하지만 꾸준히 세계 곳곳의 변화를 이끄는 사람들의 명단 속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 다시 세상을 향해
3년간의 해외봉사 후, Susan은 호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전의 그녀는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은퇴자들을 위한 시니어 자원봉사 네트워크를 만들고,
매달 강연을 열어 이렇게 말합니다.
“은퇴는 멈춤이 아니라 방향 전환이에요.
당신의 경험은 여전히 누군가에게 필요합니다.”
현재도 그녀는 온라인으로 젊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멘토링을 진행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녀의 이메일 서명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Age is not a barrier. It’s a gift.”
“나이는 장벽이 아니라, 선물이다.”
🌿 다시 쓰는 인생의 정의
Susan Wilson의 삶은 단순한 봉사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건 **‘다시 쓰는 인생의 정의’**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인생의 황혼을 두려워하지만, 그녀는 그 시간에 빛을 불어넣었습니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생생합니다.
“나는 오늘도 출근합니다. 다만, 이번엔 세상을 위해서요.”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조용히 묻습니다.은
“당신은 은퇴 후 무엇을 하겠습니까?”